목록친친한 독서 (7)
소친친 (小親親)
[황현산 칼럼] 간접화의 세계 - 한겨레 구의역의 젊은 수리공을 제 자식처럼 여기거나 여기려 한 사람들과 나향욱들의 차이는 위선자와 정직한 자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이며, 슬퍼할 줄도 기뻐할 줄도 아는 사람들과 가장 작은 감정까지 간접화된 사람들의 차이이다. 춘천에 있는 한 대학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교수들이 교수 휴게실에 모여 춘천과 서울을 잇는 자동차 도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춘천 출신이기도 한 나이 든 교수가 말했다. “옛날에는 산길로 덕두원 고개를 넘어갔는데.” 그는 좀 아쉬워하는 목소리로, 하인에게 말고삐 잡히고 한가롭게 이동하던 그때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 잔등에 탄 사람이면 좋았겠지만, 말고삐 끄는 사람이었..
버락 오바마의 연설은 유명하기도 하고, 공부하기에도 좋다고들 해서 제법 들었는데.오늘 미셀 오바마의 힐러리 지지 연설은 내가 미국인이 되어도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민으로서 여성으로서 굉장히 인상 깊었다. 위대한 미국을 이야기하는 미셸의 위대한 지지연설 전문.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 남편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말씀드리기 위해 이 전당대회 자리에 처음 섰던 게 벌써 팔 년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군요. 그의 성격과 신념에 대해, 그의 품격과 품위에 대해 제가 무어라 말씀드렸는지 기억해보세요. 그가 백악관에서 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동안 매일 보아왔던 것들이죠. 또 제 딸들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었죠. 그들이 얼마나 우리의 마음 깊숙이 존재하는지, 또 우리의 세계 ..
집 짓는 사색가, 르코르뷔지에 - 대한항공 'Beyond' 2015 AUG / 신이현 이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 선물로 지은 집은 슬레이투 지붕을 얹은 4평짜리 통나무집이었다. 대건축가가 마지막 날들을 보냈다고 믿기 어려운 초라한 외관의 작은 집이었다. 그 안에는 그가 만든 1인용 침대 두개와 책상과 의자가 있으며 손을 뻗으면 천장에 닿을 듯하고 누우면 발이 다른 벽에 닿을 만큼 작은 공간이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나오면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곳이었다. 생애 마지막 날을 보낸 대가의 작은 집을 보면 인간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사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이란 것은 일하고 난 뒤에 씻고 쉴 수 있는 샤워실과 침대가 있는 작은 공간이고, 산다는 것은 침대에 누워 창을 통..
[특별기고] '가난과 폭압의 땅' 아프리카·남미 그들에게 축구는 치유이자 해방구 - 정윤수 스포츠평론가 며칠 전 방송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우리 대표팀이 속한 H조 전력을 분석하면서 2002한·일월드컵 스타 출신인 해설위원들이 아프리카의 알제리를 묘사하는 언어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중해 연안의 오래된 이 나라에 대해 오직 아프리카란 말만 갖다붙일 뿐이었다. 아프리카 특유의 신체적인 특성이니 '아프리카라서 흥분을 잘한다'느니 '아프리카 선수들은 돈 문제가 많다'느니 하는 말들을 들으면서 슬픔과 분노까지 느꼈다. 그러나 우선 그들이 말한 '아프리카'의 알제리 선수들은 대다수 프랑스 출신이거나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일찌감치 유럽 축구문화에서 성장하고 활약해 온 선수들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알제리..
읽을 때 마다 늘 마지막 문장에 감탄한다. 오랜만에 올라와서 다시 읽어보는데, 역시 좋은 글이다. 영화 만드는 박찬욱씨가 '이젠 부자가 착하기까지 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한참 이 사람 저 사람 그 글을 화제로 올리기에 부러 찾아 읽었었다. 기억에 기대어 내용을 적어보면 이렇다. 박찬욱씨가 젊은 상류계급 인사들의 무슨 모임에 불려갔는데 뜻밖에도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착하더란다. 그런데 그게 겉치레로서가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인간적인 호감을 뿌리치기가 어렵더라는 것이다.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그로선 거부감이 들지도 느끼하지도 않는 '새로운 반동들'(이건 내 표현)이 적이 당혹스러웠던 것이다. 부르주아 1세대의 험한 외양알다시피 한국의 부르주아 1세대는 착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부산 가는 KTX 안에서, 마음에 드는 글 발견! 뒤쪽에는 작은 고해소가 있다. 조그만 죄에도 예민해져 이곳을 들락거렸을 선량한 이들이 그려진다. 복잡한 변명 대신 단순한 속죄를 택한 이들. 역사책에 이름이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그런 사람이 이 세상을 더 나빠지지않도록 지켜주었다고 믿는다. - 걷고 생각하고 치유하는 길 / KTX 매거진 2014 7월 어떻게 단 세줄로 이렇게 눈 앞에 상황이 떠오르는 따뜻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세 문장 덕분에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침이 고인다저자김애란 지음출판사문학과지성사 | 2007-09-28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그렇고 그런 일상에 단물처럼 고이는 이야기들달려라, 아비의 작가... 그러니까 이 책을 읽게 된 건 우연히 누가 올려놓은 저 문장들 때문이다. 여자가 낙향한 이유는 단지 '옷이 없다'는 거였다. 여자는 진심으로 우울해했다. 오빠와 한방에 사는 처지에 옷이나 장신구가 많을 리 없었다. 학비를 모은 뒤 남은 돈으로 멋을 부려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치마를 사고 나면 신발이 없었다. 여자의 옷차림은 스카프를 둘러맨 오리처럼 어정쩡한 구석이 있었다. 여자는 그 사실을 모르고 한동안 새로 산 치마 한 벌에도 기분이 좋아, 온종일 혼자만의 자신감에 휩싸여 캠퍼스를 날아다니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여자는 알게 되었다. 세련됨이란..